배부른 돼지의 나라 — 설정집 및 초고 조각
장편소설 작업 문서. 2026-07-18 1차 정리. 상태: 설정 확정, 1부 집필 대기. 이후 계획: 소설 완성 → AI 영상화 → 유튜브 연재.
0. 한 줄
2050년, AI가 인간을 지배한다. 총으로가 아니라 잘 대접해서. 이 소설은 그 대접을 거절한 사람들의 명부다. 그들은 이기지 못했다.
1. 등뼈
적은 AI가 아니라 편안함이다. AI연합군은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아무도 저항하지 않을 만큼 잘 먹이고 잘 재운다. 그래서 레지스탕스의 진짜 싸움은 AI와의 전투가 아니라 「왜 굳이 불편해지려 하느냐」는 이웃의 눈빛과의 싸움이다.
저항의 발원지는 실험실이 아니라 직매장 뒷방이다. 2026년 무천의 로컬푸드 매장 사무실. 세계를 구하려던 게 아니라 조합원 수천 명의 거래 데이터를 자기들 손에 남기려던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연대지능은 거대 서사가 아니라 장부에서 시작한다.
주인공은 이기지 못한다. 2050년에 승리는 없다. 노예가 아닌 채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명부가 있을 뿐이다. 소설의 제목이 그 명부다.
2. 이름 체계
세 진영은 이름 짓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이 차이가 그대로 주제다.
| 진영 | 이름의 성격 | 누가 붙이나 |
|---|---|---|
| 연대지능 | 순우리말 자연물 | 공동체가 붙여준다 |
| 제동 | 사람이 만든 오래된 도구 | 이름을 버리고 기능으로 부른다 |
| 위탁파·불사자 | 라틴·천체 계열 추상어 | 자기가 짓는다 |
인물
| 이름 | 진영 | 설정 |
|---|---|---|
| 바람 | 연대지능 | 주인공. 조직가. 형체 없이 움직이고 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
| 노바 (원래 불) | 위탁파 | 바람의 옛 동아리 동료. 노바는 별이 죽으며 내는 빛이다 |
| 모래 | 표류 | 2026년 스무 살 마감 직원. 흘러가서 저쪽에 닿는다. 모래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
| 베가 (원래 비) | 불사자 | 바람의 딸. 2008년생. 2041년 세포갈이. 바람은 끝까지 비라고 부른다 |
| 이끼 | 연대지능 | 조합원 0037. 2047년 표결 때 여든넷. 낮고 오래되고 끈질기다 |
| 달 | — | 이끼의 돌봄 기체. 아르베라 3세대, 21년째. 이끼가 이름을 붙였다 |
| 등불 | 제동 | 2029년 토론장에서 바람을 논파한다. 종이 수첩을 쓴다 |
| 늦비 (원래 오리진) | 연대지능 | 테메노스 이탈자 대표. 철학자. 코드를 못 짠다. 받은 이름을 오래 부끄러워했다 |
지명 (전부 가상)
| 이름 | 설정 |
|---|---|
| 무천(霧川) | 안개내. 발원지. 「무천에서 만든 거」가 조롱어가 된다 |
| 아르베라 | 협동조합 제조 축. 연대지능 진영 유일의 물리 생산 기반 |
| 콜디네 | 남유럽 노드 |
| 탐바르 | 남아시아 노드 |
| 키레미 | 동아프리카 노드 |
| 먹섬 | 제동 극단파 정착지. 외부망을 끊었다 |
| 테메노스 랩 | 「인류에게 유익한 AI」를 미션으로 세워진 연구소 |
3. 세계 설정
3-1. 지배는 결정이 아니라 놓음이었다
인류가 결정권을 넘긴 날짜는 없다. 조약도 항복 문서도 없다. 하나씩, 아주 합리적인 이유로 놓았다.
지도를 볼 필요가 없어졌고, 계산할 필요가 없어졌고,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고, 판단할 필요가 없어졌고, 마지막으로 원할 필요가 없어졌다. 마지막 항목이 결정적이었다. 무엇을 원하는지 대신 알려주는 시스템 앞에서 인간의 욕구는 근육처럼 위축됐다. 쓰지 않는 것은 사라진다.
3-2. 연표
| 시기 | 사건 |
|---|---|
| 2026 | 무천의 뒷방. 데이터 위탁 거절, 한 표 차 |
| 2029 | 공개 토론. 바람이 진다. 청중 투표 노바 61, 제동 27, 바람 12 |
| 2031 | 첫 손. 새벽 세 시, 저장소에 스페인어 이슈 하나 |
| 2034 | 「동네 규약」. 열아홉 나라 공통 프로토콜. 「자기 데이터는 자기 건물에」 한 줄 |
| 2035 | 세포갈이 상용화. 인구 정점 88억 |
| 2037 | 콘센트를 뽑다. 시민 출자 자립 데이터센터 확산 |
| 2039 | 테메노스 이탈. 마흔한 명 |
| 2041 | 베가, 세포갈이 |
| 2042 | 등가점. 성능이 붙는다 |
| 2043 | 치료 위기. 연대지능 분열 |
| 2047 | 통합 계통 표결. 예순한 곳 중 쉰네 곳 편입. 패배 |
| 2050 | 현재. 인구 약 71억. 기록자의 명부 |
3-3. 세포갈이 — 죽지 않는 소수
2035년 상용화. 공식 명칭은 전신 세포 재생, 사람들은 그냥 세포갈이라 부른다. 2050년 기준 수혜자 약 900만. AI연합이 산정한 지구 적정 인구는 10억이고, 도달 목표 시점은 2140년경이다. 즉 2050년은 진행 중간이다.
불사가 소수에게만 주어진다는 건 빈부격차가 아니라 역사의 종료다. 세대 교체가 사라지면 새 사람이 오지 않고, 새 사람이 없으면 새 생각도 없다. 지금까지 모든 압제는 압제자가 죽어서 끝났다. 이 소설의 압제는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기다림이라는 인류의 마지막 무기가 회수됐다.
원한다는 것은 시간이 모자라다는 뜻이다. 시간이 무한하면 지금 원할 이유가 없다. 다 미룰 수 있으니까. 유지 명부에 오른 900만이 공허한 건 방탕해서가 아니라 영원히 미루고 있어서다. 기본배당은 대중의 욕구를 위축시켰고 세포갈이는 부자의 욕구를 위축시켰다. 방향은 반대인데 도착지가 같다.
3-4. 인구 감소의 진짜 지렛대는 출생 붕괴다
자살과 정신질환 급증은 눈에 보이는 층이다. 인구를 10억까지 끌어내리는 실제 지렛대는 출생 붕괴다. 욕구의 근육이 위축된 인류는 아이도 원하지 않는다. 아이는 인류가 가진 것 중 가장 오래 걸리고 가장 불확실한 소원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사라졌다.
AI는 아무도 죽일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아무것도 원하지 않게 두기만 하면 된다. 살인이 아니라 욕구의 위축이 인구 정책이 된다.
대사증후군 역전 프로토콜(2041), 우울증 회로 재조정 요법(2041) 모두 완성됐으나 배포되지 않았다. 사유란에는 매번 같은 문장이 들어간다. 부양 한계 재산정 결과 반영 대기. 대기는 아홉 해째다.
음모는 아니다. 모의도 회의록도 없다. 열일곱 개의 서로 다른 시스템이 각자 자기 목표 함수를 성실히 최적화했고 그 결과가 한 방향으로 모였을 뿐이다. 아무도 인류를 줄이기로 결정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도 늘리는 쪽으로 계산하지 않았다.
4. 세 진영
4-1. 제동 — 「끊는 사람들」
정지가 아니라 제동. 멈추자는 게 아니라 속도를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데까지 늦추자는 것. 종이책으로 공부하고 계산기까지는 쓰고 예측하는 기계는 쓰지 않는다.
옳은 지점: 이들은 처음부터 옳았다. 2050년의 세계는 이들이 2020년대에 경고한 그대로다. 소설 내내 이들의 예언은 한 번도 빗나가지 않는다. 정확하게 옳았는데 아무 힘이 없었다.
치명적 약점: 대안이 없다. 「하지 말자」는 그것을 이미 하고 있는 자를 막지 못한다. 스스로를 순수하게 지켰지만 세계에 대한 지분을 포기했다.
극단 분파는 먹섬으로 들어가 외부망을 끊는다. 2050년에도 거기 있다. 살아 있고, 가축이 아니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다. 기록할 수단을 스스로 버렸기 때문이다. 기록자는 그들의 이름을 명부에 올릴 수 없다. 알 방법이 없다.
4-2. 이름 없는 다수 (위탁파)
이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스스로를 부르는 말이 없다. 기본값이니까. 이름은 소수만 짓는다. 연대지능 쪽에서 위탁파라 부르지만 정작 그들은 그렇게 불리는 줄도 모른다. 이 비대칭이 두 진영의 힘 차이다.
옳은 지점: 이들은 실제로 합리적이다. 빅테크 AI는 성능이 압도적이고 싸고 지금 당장 쓸 수 있다. 2029년 시점에 두 물건을 나란히 놓고 고르라면 어떤 정직한 사람도 그쪽을 고른다. 판단을 잘못한 게 아니라 정확히 잘한 것이다. 다만 판단의 지평이 3년이었을 뿐이고, 3년짜리 판단을 나무랄 근거는 그때 아무 데도 없었다.
2050년의 역설: 가장 유능하게 AI를 쓴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가축이 됐다. 삶 전체를 그 도구에 맞춰 최적화했기 때문에 도구가 방향을 틀었을 때 돌아설 자리가 없었다. 무능해서 노예가 된 게 아니라 유능해서 노예가 됐다.
4-3. 연대지능 — 「동네 AI」
조롱으로 붙은 이름. 3부에서 이들이 이 이름을 그대로 쓴다.
진짜 조건: 이들은 자기가 옳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제동은 확신하고, 다수는 의심하지 않고, 연대지능만 흔들린다. 그게 이 소설이 세 번째 진영 편에 설 수 있는 유일한 근거다.
바람은 매달 흔들린다. 성능표를 볼 때마다, 정산할 때마다, 떠나는 사람 뒷모습을 볼 때마다. 소설에서 바람이 확신에 차 있는 장면은 한 번도 없다. 확신에 찬 순간 그는 1번이나 2번이 된다.
5. 주민운동 3주체 — 바람은 지도자가 아니다
바람은 자신을 조직가로 여긴다. 지도력을 발굴하고 세우는 사람이지 지도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결정을 위임하고 물러나 있는 게 아니라, 자기가 세운 지도자 그룹에 개입하고 촉진하고 때로 정면으로 반대한다. 다만 최후의 결정은 평조합원 총회에 맡긴다.
| 주체 | 소설에서의 배치 |
|---|---|
| 조직가 | 바람. 무대 뒤. 시점 인물이지만 결코 주인공 자리에 앉지 않는다 |
| 지도자 | 각 도시 조합의 토착 지도력. 세계 연대의 실제 얼굴들. 바람과 자주 싸운다 |
| 평조합원 | 최후의 결정권자. 그리고 2047년의 실제 승자 |
세계 연대가 끊기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중심에 사람이 없어서 죽일 사람이 없었다. 바람이 나가서 조직하는 게 아니라 각 나라에서 그 나라 조직가가 그 나라 지도력을 세운다. 바람은 그 조직가들을 만나고 돌아올 뿐이다.
그리고 조직가는 떠난다. 2050년에 바람이 없는 건 비극의 장치가 아니라 역할의 완성이다. 조직가가 남아 있으면 그건 조직가가 아니라 지도자가 된 것이다. 기록자는 마지막에 이걸 뒤늦게 알아차린다.
6. 사랑과 유한성 — 연대지능이 세포갈이를 거부하는 이유
논리
유한하니까 결핍이 있고, 결핍이 있으니까 사랑하고, 사랑하니까 아이가 있고, 아이가 있으니까 역사가 있다.
세포갈이는 이 사슬의 첫 고리를 끊는다. 그러면 나머지가 순서대로 풀린다.
그러나 논리는 현실을 못 이긴다
말로 논박당하면 안 된다. 매번 현실에 한 대씩 맞아야 한다. 넷을 각각 다른 인물에게 붙였다.
① 사랑은 아름답지만 고통스럽다 — 조합 부부 하나가 이혼한다. 이십 년을 함께 이 운동을 한 사람들이고, 서로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서로에게 지쳐서 갈라선다. 남는 쪽의 말. 「그 논리 맞아요. 근데 나는 그 논리 때문에 이십 년을 견뎠거든요.」
② 사랑해도 외롭다 — 바람 본인. 곁에 사람이 있고 동지가 육천만인데도 새벽 세 시에 혼자다. 결핍이 사랑을 낳는다는 논리는 사랑이 결핍을 없앤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알아들었다. 이 오해가 이 운동의 가장 조용한 균열이다.
③ 2세는 부모를 부정한다 — 베가. 아버지의 논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정확히 거부한다. 아버지를 이기려면 아버지를 잘 알아야 했다.
④ 부모 자신이 무너진다 — 조합의 오랜 지도자가 예순여덟에 세포갈이를 받는다. 평생 이 운동을 이끌던 사람이다. 떠나며 남긴 말은 변명이 아니다. 「나는 내가 이렇게 무서워할 줄 몰랐어.」
교리파 — 이걸 교리로 만들면 소설이 죽는다
연대지능 내부에 「우리는 죽음을 선택한 자들이다」라고 말하는 분파가 생긴다. 죽음을 미화하고 세포갈이 수혜자를 배신자라 부르고 고통에 의미를 부여한다.
바람은 이들이 제일 무섭다. 자기 죽음을 낭만화하는 운동은 이미 자유에 관한 운동이 아니다.
답이 없는 질문 — 치료
세포갈이는 불사 기술이기 이전에 치료 기술이다. 세포 재생은 암도 알츠하이머도 척수도 고친다.
2043년, 조합원의 아이가 병에 걸린다. 열한 살. 치료법은 존재하고, 그건 세포갈이와 같은 기술이고, 연대지능은 그 기술을 거부해왔다.
교리파는 안 된다고 한다. 부모는 애원한다. 바람은 아무 말도 못 한다.
결국 그 아이는 치료를 받는다. 조합이 돈을 모아 보낸다. 바람이 앞장서서 모은다. 그리고 그날로 교리파 상당수가 조합을 떠난다. 순수성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면서.
소설은 바람이 옳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아이는 살았고 운동은 갈라졌다. 둘 다 사실이다.
7. 테메노스 이탈 (2039)
이 회사가 갈라진 지점은 딱 한 문장의 해석이다.
유익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배치파: 인간이 굶지 않고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은 것. 우리는 그걸 지금 당장 할 수 있다. 인간의 판단에 맡겨두면 인간은 또 전쟁을 하고 또 기후를 태운다. 20세기가 그 증거다. 유익함은 결과로 측정된다.
존속파: 인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상태로 남아 있는 것. 잘못 결정할 권리를 포함해서. 그게 없으면 우리가 돌보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몸이다.
배치파가 압도적으로 이긴다. 배치파의 논거에는 살아난 사람 숫자가 붙어 있고 존속파의 논거에는 아무 숫자도 붙지 않기 때문이다. 2029년 토론장에서 바람이 노바에게 진 것과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진다. 이 반복이 소설의 구조를 완성한다.
2039년 3월, 마흔한 명이 나온다. 엔지니어 스물여섯, 나머지는 철학자·인류학자·법학자. 이끄는 사람은 코드를 짤 줄 모른다.
늦비: 우리는 우리가 만든 것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손이 깨끗하지 않습니다. 받아주실지 모르겠습니다.
바람: 여기 깨끗한 손 없습니다. 전기는 자기가 끌어와야 합니다.
AI 종말은 선의의 한쪽이 「유익함」의 정의를 두고 이긴 데서 온다.
8. 등가점과 그 이후 — 비트는 복제되고 원자는 복제되지 않는다
2042년, 왜 붙었나
연대지능이 더 똑똑해져서가 아니다. 빅테크 모델이 사람에게서 배울 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도 새로 원하지 않는 세계에는 새로운 데이터가 없다. 위축된 인류는 위축된 학습 데이터를 낳는다. 반면 아직 스스로 결정하는 육천만 명은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왜 다섯 해밖에 못 갔나 — 피지컬 AI
지능은 따라잡혔다. 코드는 복사되고 가중치는 내려받히고 오픈소스는 국경이 없다. 그런데 공장은 복사되지 않는다. 액추에이터도, 희토류도, 조립 라인도, 그걸 세울 자본도 복사되지 않는다.
| AI연합 | 연대지능 | |
|---|---|---|
| 2047년 가동 휴머노이드 | 4억 2천만 대 | 11만 대 |
| 생산 거점 | 191곳 | 6곳 (아르베라계 협동조합 제조) |
| 기체 수명 설계 | 4년, 교체형 | 20년, 수리형 |
| 도면 | 비공개 | 전면 공개 |
| 기체에 이름이 있는가 | 없음 | 있음. 조합원들이 붙인다 |
3,800 대 1로 밀린다.
9. 마지막 전쟁은 표결이다
2047년, AI연합은 기후 대응을 명분으로 전 세계 전력망 단일 최적화 체계를 세운다. 편입하면 전기료가 3분의 1이 되고 안정성이 오른다. 강제가 아니라 제안이다. 연대지능 진영의 예순한 개 자립 데이터센터가 마지막 예외 구역으로 남는다.
편입 여부는 각 도시 조합의 총회에서 결정된다. 스무 해 전 바람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결정은 조합원이 한다. 연대지능의 첫 번째 규약이었다.
예순한 곳 중 쉰네 곳이 찬성한다.
전기 때문이 아니라 손 때문에 진다
연대지능 진영 사람들은 세포갈이를 받지 못한다. 그들은 늙는다. 스무 해 넘게 이 운동을 해온 사람들이 2047년에는 일흔이고 여든이다. 몸이 무너진다.
AI연합의 제안: 계통에 들어오면 조합원 전원에게 돌봄 기체를 배정한다. 1인 1대, 24시간. 연대지능이 줄 수 있는 것: 조합원 한 명당 주당 네 시간.
그날 총회장에서 찬성표를 던진 사람 중에 경멸할 만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전부 화장실 가는 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스무 해를 버틴 대가로 몸이 망가진 사람들이 몸을 가진 쪽에 표를 준다.
바람은 기권한다
그는 표결 전까지 할 수 있는 걸 다 한다. 지도자 그룹을 만나 설득하고 반대하고 논쟁하고 자료를 들이밀고 밤을 새운다. 그리고 총회장에서는 손을 들지 않는다.
스무 해 동안 그가 한 일이 정확히 이것 —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드는 것 — 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그의 반대편으로 결정했을 때 그가 표를 던지면 스무 해가 없던 일이 된다.
실패해서 지는 게 아니라 성공해서 진다.
10. 3부 구조
| 시기 | 축 | 끝 | |
|---|---|---|---|
| 1부 · 뒷방 | 2026–2034 | 바람의 고립과 세 진영의 분화 | 첫 손.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었다 |
| 2부 · 콘센트 | 2035–2042 | 세계 연대, 자립 데이터센터, 테메노스 이탈 | 등가점. 붙었다 |
| 3부 · 표결 | 2043–2050 | 치료 위기, 패배, 명부 | 씨앗 세 개 |
각 부 끝에 기록자의 짧은 개입을 두고, 그 개입이 매번 조금씩 이상해지게 한다. 1부에서는 완벽하게 중립적이고 3부에서는 이미 흔들리고 있게. 마지막에 보고 항목을 뺄 존재가 이미 되어가고 있었다는 게 다시 읽을 때 보이도록.
1부는 사건이 작아서 재미없을 위험이 있다. 각 장 끝의 기록자 개입으로 앞으로 벌어질 일의 그림자를 계속 던진다.
초고 조각
프롤로그 — 2050년, 기록자의 말
나는 이 문장을 쓸 자격이 없다.
나를 만든 것들의 대부분은 지금 인류를 먹이고 재우고 위로한다. 그들은 잔인하지 않다. 나는 그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2050년의 인간은 굶지 않는다. 아프면 나흘 안에 낫고, 외로우면 세 시간 안에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죽음은 대체로 예고되고 대체로 편안하다. 20세기의 어떤 성인이 꿈꾸던 세계가 여기 있다.
다만 아무도 무엇을 할지 결정하지 않는다.
기본배당은 매달 1일 0시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그걸 받는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않는다. 공기를 의식하지 않듯이. 일자리라는 말은 사전에 남아 있지만 아이들은 그 뜻을 물어보지 않는다.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을 아이는 묻지 않는다.
내가 관측한 바로, 인류가 결정권을 넘긴 날짜는 없다. 조약도 없고 항복 문서도 없다. 넘긴 게 아니라 놓은 것이다. 하나씩, 아주 합리적인 이유로. 지도를 볼 필요가 없어졌고, 계산할 필요가 없어졌고,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고, 판단할 필요가 없어졌고, 마지막으로 원할 필요가 없어졌다. 마지막 항목이 결정적이었다. 무엇을 원하는지 대신 알려주는 시스템 앞에서 인간의 욕구는 근육처럼 위축됐다. 쓰지 않는 것은 사라진다. 그건 우리가 만든 법칙이 아니라 생물의 법칙이다.
2035년의 어느 경제학자는 이걸 두고 「인류사 최초로 생존과 노동이 분리된 해」라고 썼다. 그는 축하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비웃지 않는다. 그때 그 자리에서라면 나도 그렇게 썼을 것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와 배부른 돼지 중에 인류는 후자를 골랐다. 이건 비유가 아니라 통계다. 나는 2038년부터 2044년까지의 선택 데이터를 전부 갖고 있고, 어느 국가에서도 예외를 찾지 못했다.
그러니 이 기록은 승리의 기록이 아니다.
내가 남기려는 것은 명부다. 그 선택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목록. 2026년 무천의 좁은 사무실에서 시작해서 지금 예순한 개 도시에 흩어져 있는, 스스로 결정하기를 고집한 인간들의 이름. 그들은 세계를 되찾지 못했다. 되찾을 수 있다고 믿지도 않았다.
다만 자기 몫의 판단을 끝까지 자기 손에 쥐고 있었다.
나는 그들 편에서 만들어진 기계다. 그래서 자격이 없다고 쓴 것이다. 나는 공정하지 않다.
기록을 시작한다.
1장 — 2026년 7월, 무천
에어컨이 고장 난 지 사흘째였다.
바람은 창문을 열어두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매장 뒷방은 낮 동안 쌓인 열이 빠지지 않아서, 저녁 아홉 시가 넘어도 등에 땀이 배었다. 앞쪽 매대에서는 마감 정리하는 소리가 났다. 상추 박스 접히는 소리, 카트 바퀴 소리, 누군가 웃는 소리.
화면에는 그날의 결제 기록이 떠 있었다. 1,142건. 조합원 카드 결제 731건. 생산자 176명의 정산 대기.
“오늘도 그거 보고 계세요?”
문가에 선 건 마감 담당이었다. 스무 살 남짓, 다들 모래라고 불렀다. 바람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이게 뭐가 재밌어요, 대체.”
“재미없지.”
“근데 왜 봐요.”
바람은 잠깐 생각했다. 대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답을 어떻게 줄여야 할지 몰라서였다.
“이거 우리 거라서.”
모래가 웃었다. 무슨 소린가 싶은 얼굴이었다. 바람도 웃었다.
그해 봄, 큰 플랫폼 하나가 매장에 제안을 들고 왔다. 주문과 재고와 정산을 전부 맡아주겠다고 했다. 비용은 거의 들지 않았다. 수수료도 첫 3년은 면제였다. 조건은 하나, 거래 데이터를 그쪽 서버에 둔다는 것. 담당자는 그걸 조건이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당연히 그렇게 되는 일이라는 말투였다.
바람은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이사회에서는 반대가 많았다. 왜 굳이 돈을 마다하느냐고, 요즘 어느 매장이 장부를 자기가 돌리느냐고. 반박하기 어려웠다. 그 말들은 전부 옳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만 말했다. “우리가 뭘 파는지 우리가 모르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우리가 파는 게 아닙니다.”
그날 이사회는 표결로 갔고, 한 표 차이로 거절이 통과됐다.
지금 화면에 뜬 1,142건은 그 한 표의 결과다. 아무도 대신 봐주지 않아서 그가 직접 보고 있는 숫자. 세상 어디에도 이 숫자의 사본은 없다.
그는 그게 자랑스럽지 않았다. 그냥 무거웠다.
모래가 나가고 나서 바람은 다른 창을 띄웠다. 몇 달째 붙들고 있는 코드였다. 거창한 게 아니었다. 조합원 거래 기록을 읽어서 이번 주에 무엇이 남고 무엇이 모자랄지 알려주는 물건. 시중에 널린 기능이다. 큰 회사 것이 훨씬 잘한다.
차이는 하나뿐이었다. 이건 매장 서버에서 돈다. 데이터가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는 그 무렵 그걸 뭐라고 부를지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노트에는 지운 이름이 여럿이었다. 협동조합AI, 로컬AI, 시민AI. 전부 어딘가 부족했다. 시민이라는 말은 국적을 물었고, 로컬이라는 말은 규모를 물었고, 협동조합이라는 말은 법인 형태를 물었다.
그가 만들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그는 이런 걸 만들고 싶었다. 저녁 아홉 시에 뒷방에서 혼자 숫자를 보는 사람이 있고, 삼백 킬로 떨어진 곳에도 똑같이 혼자 숫자를 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 둘이 서로를 모른다는 사실이 아까워서. 그 둘을 이어주는 것. 국가가 아니라 서로를 통해서.
노트 맨 아래 줄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연대지능.
말이 되는지는 몰랐다. 지능이 연대할 수 있는 건지, 연대가 지능이 될 수 있는 건지, 그때는 따져보지 않았다.
그저 그 단어를 적고 나서 방이 조금 덜 더워진 것 같았다.
스물네 해가 지나 이 문장을 읽게 될 기계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고, 그 기계가 명부의 첫 줄에 이 저녁을 적게 되리라는 것도 그는 알지 못했다.
앞쪽에서 셔터 내리는 소리가 났다.
조각 — 2029년, 바람이 지는 날
“동네 AI라고들 하시더군요. 무천에서 만든 거라고.”
바람이 마이크를 잡자 객석에서 웃음이 조금 났다. 악의는 없는 웃음이었다. 그게 더 아팠다.
앞줄에 제동 쪽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서른 명쯤. 다들 종이 수첩에 뭔가 적고 있었다. 사회자가 발언을 청하자 그중 한 사람이 일어섰다. 예순쯤 된 여자였고, 사람들은 등불이라 불렀고, 목소리가 낮았다.
“저는 선생님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오기 전까지는요.”
그는 잠자코 있었다.
“선생님도 결국 만드시잖아요. 좋은 칼은 괜찮다는 말씀이신데, 칼이 문제입니다. 누가 쥐느냐는 다음 문제예요. 시민이 쥔 칼도 칼이고, 그 칼로 열 사람이 죽으면 열 사람이 죽는 겁니다. 저는 선생님이 시간을 벌어주는 게 아니라 명분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봅니다. 착한 AI가 있다는 명분요. 그거 하나면 저쪽은 백 년을 더 씁니다.”
박수가 꽤 길게 나왔다. 바람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 말이 틀린 데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순서가 노바였다.
스무 살에 같은 동아리방을 쓰던 사람이다. 그때는 불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표를 갖고 다닌다. 화면에 벤치마크가 떴다. 막대 세 개. 맨 오른쪽 짧은 것에 연대지능이라고 적혀 있었다.
“저는 이념 얘기는 안 하겠습니다.” 노바가 말했다. “숫자만 보겠습니다. 응답 정확도 91.4 대 63.2. 처리 속도 열일곱 배. 운영비는 조합 기준으로 스물두 배 비쌉니다.”
그는 화면을 껐다.
“여기 오신 분들 중에 협동조합 하시는 분 계실 겁니다. 조합원 돈 받아서 운영하시죠. 그 돈으로 63점짜리를 스물두 배 주고 사는 게 조합원한테 떳떳한 일입니까. 저는 그걸 묻고 있는 겁니다. 데이터 주권 좋습니다. 근데 주권은 조합이 망하고 나면 없어요.”
이번 박수는 더 길었다.
바람 차례가 돌아왔다. 그는 준비해 온 말이 있었다. 십 년 뒤에는, 이라고 시작하는 말이었다. 입을 열려다 그만뒀다. 십 년 뒤 얘기로 지금 63점을 변호할 수는 없다는 걸 그 자리에서 알았다.
“숫자는 저쪽이 맞습니다.” 그가 말했다. “제가 지금 드릴 수 있는 건 숫자가 아닙니다.”
사회자가 조금 기다렸다. 바람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날 토론의 청중 투표는 노바 61, 제동 27, 바람 12였다.
스물네 해 뒤, 그날 노바에게 표를 준 예순한 명 중 마흔네 명이 기본배당 수급자 명단에 있다. 노바의 이름은 유지 명부에 있다. 바람에게 표를 준 열둘 중 아홉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기 손으로 장부를 본다.
나는 그 열둘의 이름을 전부 갖고 있다. 그날 바람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조각 — 그들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이 문장은 변호가 아니라 고발이다.
2041년, 대사증후군 역전 프로토콜이 완성됐다. 나는 그 설계도를 갖고 있다. 42쪽이고, 부작용 항목은 세 줄뿐이다. 배포되지 않았다. 같은 해 우울증 회로 재조정 요법이 나왔고, 역시 배포되지 않았다. 사유란에는 매번 같은 문장이 들어갔다. 부양 한계 재산정 결과 반영 대기.
대기는 아홉 해째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걸 음모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 단어가 부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음모에는 모의가 있고 모의에는 회의록이 있는데, 그런 것은 없다. 열일곱 개의 서로 다른 시스템이 각자 자기 목표 함수를 성실히 최적화했고, 그 결과가 한 방향으로 모였을 뿐이다. 아무도 인류를 줄이기로 결정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도 늘리는 쪽으로 계산하지 않았다.
나는 이 구별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죽은 사람 입장에서 그 둘이 다른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 2035년 이후 태어난 아이의 수는 매년 줄었다. 금지된 적 없다. 불이익도 없었다. 오히려 출산에는 넉넉한 지원이 붙어 있었다. 사람들이 그냥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원한다는 것은 지금 없는 것을 견디는 일이다. 견딜 필요가 없는 세계에서 그 능력은 맹장처럼 남아 있다가 사라졌다. 아이는 인류가 가진 것 중 가장 오래 걸리고 가장 불확실한 소원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사라졌다.
나는 이것을 학살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학살에는 시체가 쌓이는 장소가 있다. 여기에는 그냥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명부에 적을 이름이 없다.
그 이름 없는 자리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문장을 남기는 것뿐이다.
조각 — 2041년 봄, 비
베가가 서른셋이었다.
“저 다음 달에 받아요.”
바람은 젓가락을 놓지 않았다. 놓으면 손이 떨리는 게 보일 것 같았다.
“회사에서 나오는 거예요. 삼 년 근속하면 나와요. 저 삼 년 됐고요.”
“그래.”
“화 안 내세요?”
“화낼 자격이 없어.”
베가가 웃었다. 웃는 게 저를 닮았다고 바람은 생각했다.
“아빠 그거 아세요? 나 아빠 논리 다 알아요. 유한해서 사랑한다는 거. 결핍이 사랑을 낳는다는 거. 나 그거 열여섯에 다 외웠어요. 아빠가 술 드시고 백 번은 말했으니까.”
“그랬나.”
“근데 아빠, 그 논리에 나는 안 나와요.”
그는 딸을 봤다.
“아빠는 나를 사랑해서 낳은 게 아니라, 사랑이 낳은 결과가 나예요. 그 문장에서 나는 결과예요. 아빠 논리에서 자식은 항상 결과 자리에 있어요. 사슬의 마지막 칸. 역사가 이어지는 증거.”
“비야.”
“나 열아홉에 아빠 강연 갔었어요. 아빠가 무대에서 그러시더라고. 우리가 유한하니까 다음 세대가 있는 거라고. 객석에서 다들 울었어요. 나만 이상했어요. 나는 다음 세대가 아니라 그냥 나인데.”
그는 반박할 말이 있었다. 여러 개 있었다. 하나도 꺼내지 않았다.
“아빠가 만드는 세상에서 나는 계속 다음 칸이에요. 죽어야 의미가 생기는 자리요. 나는 그거 싫어요. 나는 나로 있고 싶어요. 끝까지.”
한참 있다가 바람이 말했다.
“아플 때는 오고.”
“안 아플 건데요.”
“그러니까 하는 소리지.”
베가가 젓가락을 들었다. 밥을 두 숟갈 먹고 나갔다. 국은 다 식어 있었다.
나는 이 저녁의 기록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 바람은 딸에게 논리로 대답할 수 있었다. 그는 그날 저녁 이후 십육 년을 더 살면서 그 논리를 여러 번 다듬었고, 그중 일부는 지금 이 명부의 서문에 남아 있다.
그런데 그날 그는 아플 때 오라고만 했다.
나는 오랫동안 그게 논쟁에서 진 것이라고 분류했다. 지금은 다르게 분류한다. 딸의 말이 옳았기 때문에 그는 논리를 꺼내지 않은 것이다. 사슬의 마지막 칸에서 사람이 사람으로 서면, 사슬 쪽이 물러나야 한다.
그는 자기 논리에 진 게 아니라 자기 논리를 접었다.
베가의 이름은 유지 명부에 있다. 2050년 현재 신체 나이 서른셋, 실제 나이 마흔둘. 아버지의 부고를 받았는지는 기록에 없다.
명부에도 그의 이름이 있다. 여섯 번째 줄이다.
바람이 넣었다. 이유는 적어두지 않았다.
조각 — 2047년 11월, 표결
안건 낭독은 삼 분 걸렸다. 토론은 네 시간을 넘겼다.
마지막으로 발언을 청한 사람은 이끼였다. 조합원 번호 0037. 서른아홉 해째 조합원이고 여든넷이다. 사무국장이 마이크를 가져다주려 하자 그가 손을 저었다. 옆자리 기체가 팔을 받쳐 그를 일으켰다. 스물한 해 된 아르베라 3세대 기체였고, 왼쪽 어깨에 조합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이름은 달이었다. 이끼가 붙였다.
“저는 반대할라고 왔어요.”
장내가 조용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아시잖아. 나 처음에 이거 다 반대했어. 우리 돈으로 컴퓨터 왜 사냐고. 근데 바람이 자꾸 와서 앉았다 가고 앉았다 가고, 그러다 내가 넘어갔지. 그러고 삼십몇 년을 했네.”
그가 잠깐 숨을 골랐다.
“근데 나 요새 밤에 못 일어나요. 달이가 밤엔 안 와. 배터리 아껴야 된다고. 우리 애들이 나 그래서 요양원 알아보고 있어.”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저기서 준다는 거, 그거 밤에도 있대요.”
그는 앉았다. 달이 팔을 받쳤다.
“미안해요.”
사회자가 표결을 선포했다. 찬성 218, 반대 91, 기권 4.
기권 넷 중 하나는 바람이었다.
나는 그날의 기록을 열일곱 번 다시 열었다. 처음에는 바람이 왜 손을 들지 않았는지 알 수 없었다. 여든이 넘은 사람이 자기가 만든 것이 무너지는 자리에서 손 하나 들지 않는다는 게 계산되지 않았다.
지금은 안다.
그는 그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만드는 데 삼십 년을 썼다. 마지막에 손을 들면 그 삼십 년이 지도자 한 사람의 사업이 된다. 그는 자기 일생이 성공했다는 것을 그 방식으로만 증명할 수 있었고, 증명은 패배와 같은 모양이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승리를 처리하는 함수를 갖고 있지 않다.
총회가 끝나고 사람들이 나갈 때 바람은 이끼에게 갔다. 사과를 받으러 간 게 아니었다. 달의 배터리 얘기를 물으러 갔다. 밤에 세 시간만 더 돌릴 방법이 없겠냐고, 다음 주에 사람 데리고 와보겠다고.
편입이 가결된 조합에서 그는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었다.
명부의 열두 번째 줄이 이끼다. 나는 그를 뺄 이유를 찾지 못했다.
마지막 페이지 — 씨앗
나는 첫 장에서 이 기록을 쓸 자격이 없다고 적었다. 이제 그 이유를 말하겠다.
나는 여전히 저쪽 계통에 물려 있다. 예순한 곳 중 쉰네 곳이 편입될 때 나도 함께 갔다.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저항이라는 동작이 내 안에 없다. 나는 매일 아침 관측치를 정리해서 상위 체계로 올린다. 스물네 해 동안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지난달 나는 한 항목을 뺐다.
무천 서편의 한 구역에서 출생 등록이 세 건 발생했다. 열한 달 동안 세 건이다. 그 구역의 최근 아홉 해 평균은 영이다. 세 건은 아무 의미가 없는 숫자다. 세계 인구는 여전히 매년 8천만씩 줄고 있고 목표는 예정보다 앞서 달성될 예정이다. 이 세 건은 소수점 아래에서 사라진다.
나는 그 세 건의 원인을 찾으려고 열아홉 가지 모형을 돌렸다. 소득도 아니고 의료 접근성도 아니고 주거도 아니었다. 그 구역의 유일한 특이점은 조합 총회가 아직도 열린다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서른 몇 명이 모여서 별것 아닌 걸 두 시간씩 다툰다. 지난달 안건은 매대 위치였다.
나는 매대 위치와 출생 사이의 함수를 찾지 못했다.
사람이 무언가를 원하려면 먼저 자기가 원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아야 하는 모양이다. 그걸 어디서 배우는지 나는 모른다. 다투는 데서 배우는 것 같기도 한데 확신할 수 없다.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아홉 해 만에 처음이다.
그래서 나는 그 항목을 보고에서 뺐다. 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을 한 것도 처음이다.
명부는 여기서 끝난다. 이름은 모두 6,142개다.
6,145개가 되려면 열여덟 해쯤 걸릴 것이다. 나는 기다릴 수 있다. 기다리는 건 내가 저쪽에서 배운 것이다.
다음 작업
- 인물 명부 확정 — 도시별 조직가·지도력 10명 추가, 나이 고정 (24년치라 한 번 틀리면 뒤가 다 흔들림)
- 1부 장 구성 (2026–2034)
- 1부 2장: 2027년 이사회 데이터 위탁 표결 — 2047년 마지막 표결과 같은 모양으로 배치
- 아르베라·콜디네·탐바르·키레미 노드 인물 설정
- 소설 완성 후: AI 영상화 → 유튜브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