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 하나
AI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먹는다는 말이 요즘 부쩍 돈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서 자동차와 냉난방기는 타협 없이 받아들여져 있다. 그것을 줄이자거나 없애자는 말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왜 데이터센터만 기후위기의 주범처럼 불리는가.
숫자를 먼저 놓고 보자.
척도를 맞춰 놓은 숫자
| 무엇 | 규모 | 기준 |
|---|---|---|
| 데이터센터 전체 | 415 TWh · 세계 전력의 약 1.5% | 2024년, IEA |
| 냉방(공간냉방) | 약 2,100 TWh · 세계 전력의 약 7% | 2022년, IEA. 건물이 쓰는 전력의 5분의 1 |
| 에어컨과 선풍기 | 세계 전력의 약 10% | IEA 「The Future of Cooling」 |
| 교통 부문 전체 |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5.9% (8.4 GtCO₂e) | 2024년 |
| 그중 도로교통 | 교통 배출의 4분의 3 — 세계 배출의 12% 안팎 | 도로 배출의 60% 이상이 승용차·밴 |
같은 척도로 견줄 수 있는 것은 전력끼리다. 데이터센터 1.5%, 냉방 7%. 냉방 하나가 데이터센터 전체의 네댓 배를 쓴다.
여기서 한 가지는 정직하게 짚어야 한다. 전력 비중과 배출 비중은 다른 척도다. 자동차는 대부분 석유를 태우므로 전력 통계에 잡히지 않고, 데이터센터의 배출량은 그 전기를 무엇으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나라마다 달라진다. 1.5%와 12%를 나란히 세워 “여덟 배”라고 말하는 것은 사과와 오렌지를 견주는 일이다. 규모의 자릿수 감각으로만 읽어야 한다.
그 감각으로 읽어도 결론은 남는다. 담론의 무게가 실린 곳과 에너지가 실제로 나가는 곳이 어긋나 있다.
그럼 왜 데이터센터가 표적이 되는가
억울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표적이 되는 데에는 구조가 있다.
첫째, 새로 생기는 것만 심사대에 오른다. 자동차와 냉난방기는 이미 배경이 되었다. 배경은 심사받지 않는다. 심사는 늘 새로 짓는 것 앞에 선다.
둘째, 책임을 물을 상대가 소수다. 데이터센터는 몇몇 기업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 자동차는 수억 명의 개인이라 정치적으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쪽이 먼저 불린다.
셋째, 국지적으로 눈에 보인다. 한 지역 계통에 한꺼번에 붙으니 주민이 체감한다. 자동차는 전국에 고루 퍼져 있어 아무 데서도 보이지 않는다.
진짜 쟁점 — 증분에만 걸리는 감축
여기까지 오면 물음이 바뀐다. 데이터센터가 억울한가가 아니라, 우리가 쓰는 감축 규칙이 어떤 모양인가다.
지금의 규칙은 이렇게 생겼다. 이미 있는 것은 면제하고, 새로 생기는 것에만 부담을 건다. 이 규칙을 끝까지 밀면 기존 배출은 영구 사면을 받고 뒤에 오는 것만 값을 치른다. 먼저 자리를 잡은 쪽이 유리하고 늦게 온 쪽이 불리하다.
이 모양을 우리는 이미 다른 자리에서 본 적이 있다. 먼저 산업화한 나라들이 배출해 온 몫은 기정사실로 두고, 이제 막 전기를 늘리려는 나라에 감축을 요구하는 논리와 정확히 같은 형태다. 기후 정의 논의가 오래 씨름해 온 자리이기도 하다. 산업 안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 규칙은 기후를 지키는 규칙이 아니라 선점을 지키는 규칙이다.
왜 하필 그 표적인가 — 반대의 비용
앞의 것이 규칙의 편향이라면, 그 옆에 하나가 더 있다. 반대하는 사람 쪽의 편향이다.
냉난방기를 틀고 자가용을 몰면서 AI가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며 반대하러 다니는 자리가 있다. 이 어긋남을 설명하는 것은 자격이 아니라 비용이라고 본다. 자가용과 냉난방을 반대하려면 자기 생활을 바꿔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반대하는 데는 바꿀 것이 없다. 그래서 그쪽으로 간다. 문제는 반대하는 사람의 진정성이 아니라, 반대의 대상이 자기 생활을 건드리지 않는 쪽으로만 골라지는 일이다.
그렇다고 “너부터 자가용을 버리라”는 자격론으로 가면 안 된다. 그 논리는 오랫동안 구조 비판을 봉쇄하는 데 쓰였다. 탄소발자국이 그 사례다. 2004년 BP는 개인용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내놓고 광고대행사 오길비앤매더와 함께 “당신의 탄소발자국은 얼마입니까”를 물었다. 지구온난화를 화석연료 생산의 결과가 아니라 수십억 개인의 선택이 쌓인 결과로 다시 틀 짜는 기획이었다. 계산기는 첫해에만 27만 8천 명이 썼고, 그 말은 몇 해 만에 기후 시대의 표준 어휘가 되었다. 개인 실천이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라, 개인 책임으로 환원하는 순간 생산의 자리를 묻는 물음이 조용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두 편향을 나란히 놓아야 한다.
| 편향의 모양 | |
|---|---|
| 구조 | 이미 있는 것은 면제하고, 새로 생기는 것에만 부담을 건다 |
| 주체 | 자기 생활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표적만 고른다 |
둘이 만나면 결과는 하나다. 아무도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 배출은 그대로인데 반대운동은 활발하다.
그렇다고 데이터센터 쪽이 무결한 것은 아니다
두 방향을 같이 말해야 정직하다. 절대량이 작다는 것과 문제가 없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 속도. 데이터센터 전력은 2024년 415 TWh에서 2030년 945 TWh로 두 배 이상 는다는 것이 IEA 전망이다. 연 15%씩 느는 셈이고, 이는 다른 모든 부문을 합한 전력 증가율의 네 배가 넘는다. 그때에도 세계 전력의 3% 안쪽이지만, 증가 속도 자체는 다른 어느 부문과도 다르다.
- 집중. 2030년까지의 증가분 가운데 8할이 미국과 중국에 몰린다. 한국도 다르지 않아, 2024년 8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열한 달 동안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청이 290건 들어왔다. 전국 평균으로 희석되는 부하가 아니라 특정 계통에 얹히는 부하다.
- 냉각.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의 30~40%가 냉각에 들어간다. 앞의 표에서 냉방이 세계 전력의 7%를 먹는다고 했는데, 데이터센터 논쟁의 상당 부분도 결국 냉방 문제다. 두 이야기는 사실 한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의 자리
“AI가 전기를 먹는다”에 대한 답이 “AI를 줄이자” 하나뿐인 것은 아니다. 그 말이 커질수록 오히려 다른 물음이 열린다. 누가 그 전력을 공급하는가.
전력 수요가 특정 지역에 몰린다는 것은, 뒤집으면 그 지역에서 전기를 만들 이유가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민이 발전 설비를 소유하고, 그 전기로 그 지역의 계산이 돌아가는 그림 — 지산지소(地産地消)라 불러 온 자리가 정확히 거기다. 수요를 죄악시하는 자리에 서면 할 수 있는 일이 “쓰지 마라” 하나뿐이지만, 공급의 소유를 묻는 자리에 서면 만들 것이 생긴다.
남길 네 줄
- 척도를 맞춰라. 전력 비중과 배출 비중은 다른 자다. 척도를 섞으면 어느 쪽으로든 원하는 결론이 나온다.
- 규칙의 모양을 봐라. 새로 생기는 것에만 걸리는 감축은 기후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선점을 지킨다.
- 반대의 비용을 스스로에게 물어라. 내 생활을 아무것도 바꾸지 않아도 되는 표적만 고르고 있지는 않은지. 자격을 따지자는 말이 아니라 선택을 살피자는 말이다.
- 수요를 막는 자리 말고 공급을 소유하는 자리에 서라. 앞의 자리에서는 금지밖에 할 것이 없고, 뒤의 자리에서는 지을 것이 있다.
출처
- IEA, 『Energy and AI』 (2025) — 데이터센터 2024년 415 TWh·세계 전력 1.5%, 2030년 945 TWh 전망, 연 15% 성장, 미·중이 증가분의 약 80%
- IEA, 『The Future of Cooling』 (2018) — 에어컨·선풍기가 세계 전력의 약 10%
- IEA, 공간냉방 통계 (2022) — 약 2,100 TWh·세계 전력의 약 7%·건물 전력의 약 20%
- 교통 부문 2024년 8.4 GtCO₂e·세계 배출의 15.9%, 도로가 그 4분의 3, 도로 배출의 60% 이상이 승용차·밴
-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25-17호 (2025.9) — 국내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청 290건(2024.8
2025.6), 데이터센터 냉각부하 비중 3040% - BP 탄소발자국 계산기(2004) 및 오길비앤매더 캠페인 — 첫해 이용자 27만 8천 명. 「탄소발자국」이라는 말 자체를 BP가 처음 만들었다는 주장까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확인되는 것은 BP가 그 말을 대중에게 각인시켰고, 기후 문제를 개인 선택의 누적으로 틀 짓는 캠페인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 위 수치는 2026년 8월 기준으로 확인한 것이다. 전망치는 전망이지 실측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