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병행·탈환 — 먹거리·에너지·금융의 운동 전략
1. 영역 우선순위 — 세 가지 자리
한국 SSE의 산업생태계 결손을 정직하게 진단했다면, 다음 질문은 영역 전략이다. 모든 영역에서 동시에 싸울 수 없다. 사수해야 할 곳, 병행해야 할 곳, 탈환해야 할 곳이 다르다.
세 영역의 위계:
- 사수(死守): 먹거리 — 생산·소비·유통이 한 운동에 통합된 거의 유일한 영역. 빼앗기면 토대 자체가 사라짐.
- 병행: 에너지 — 대자본 영역이지만 SSE의 두 갈래(절감 + 자체 생산)가 동시에 작동
- 탈환: 금융 — 사회연대경제의 원래 자리였고, 자본화로 변질된 자리. 일부라도 회복
이 위계는 자의적이지 않다. 한국 SSE의 현재 위치, 자본의 두께, 운동의 가능성이 만든 자연스러운 우선순위.
2. 사수 영역 — 먹거리·생활재
먹거리는 빼앗기면 안 된다.
왜 사수인가
- 생산자(농민)·가공·유통·매장·소비자(조합원)가 한 운동 안에서 순환하는 거의 유일한 영역
- 산업생태계의 마지막 발판. 이걸 잃으면 한국 SSE에 산업적 토대가 거의 없음
- 식량 주권은 정치적 자율의 기초. 먹거리 종속은 모든 종속의 모태
확장의 가능성 먹거리 사슬을 지키면 거기서 생활재 전반으로 자연스레 확장된다.
- 농산물 → 가공식품 → 일상 잡화 → 의류 → 청소·세제 → 약초·건강식품
- 매장은 먹거리만 파는 곳이 아니라 생활재 전반의 거점으로 발전
- 27년 운동의 다음 한 걸음의 자연스러운 길
연결되는 문제 해결
- 지역 문제 — 농민 생계, 고령농 판로, 청년 귀농
- 사경 판로 문제 — 사회적기업·협동조합 제품의 판매 거점
- 데이터 자원 — 도메인 AI 양육에 필요한 일상 거래·발주·소비 데이터의 원천
먹거리를 사수하지 못하면 SSE가 사회서비스업에 갇히고, 사수하면 산업생태계의 씨앗이 자란다.
3. 병행 영역 — 에너지
에너지는 다르다. 본질적으로 대자본의 영역이다. 발전소·송전망·송유관 — 이런 인프라는 SSE가 만들 수 없다.
그러나 두 갈래의 SSE 영역이 살아있다.
① 에너지 소비 절감 운동
- 마을 단위 단열·창호·난방 효율
- 매장·가공장 에너지 효율 개선
- 절감이 곧 절약이고, 절약이 곧 자율 영역의 확장
② 자체 에너지 생산 운동
- 시민햇빛발전소 (한국 사례 다수)
- 마을 태양광·소수력·소풍력
- 독일 EnergieGenossenschaften, 덴마크 풍력협동조합 같은 에너지 협동조합 모델
- 자기 동네 에너지를 자기 손으로
두 갈래가 병행되어야 한다. 절감만 하면 자본의 흐름에서 빠질 뿐이고, 생산만 하면 규모의 한계에 갇힌다. 줄이면서 만들기.
대자본의 송전망에는 들어가지 않되, 우리 마을·우리 매장 단위의 에너지는 우리 손에. 적정기술의 에너지 판본.
4. 탈환 영역 — 금융
금융은 본래 우리 자리였다.
역사적 자기 인식 사회연대경제의 출발은 **공제조합(mutual aid society)**이었다. 19세기 영국 friendly societies, 프랑스 sociétés de secours mutuels, 독일 라이파이젠의 신용협동조합. 노동자·농민이 자기들끼리 돈을 모아 위험을 분담하고 자본을 만들었다. 협동조합 운동의 모체.
그 공제조합이 자본주의 안에서 보험회사로 타락했다. 상호부조의 자본화. 오늘날 보험사는 가장 거대한 글로벌 금융자본이다. 알리안츠·AIG·Prudential·삼성생명 — 이들의 자산 규모는 국가 GDP를 능가한다. 우리 자리였던 것이 자본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변했다.
탈환의 단계 이 자리를 일부라도 탈환해야 한다. 단계적으로.
1단계 — 결제 수단 (지역화폐)
- 매장에서 시작하는 로컬페이
- 거래 단위 수수료 절감
- 데이터의 자기 소유 (빅카드사가 아니라 우리)
2단계 — 신용·대출 (사회연대금융)
- 조합원 간 대출 (마이크로파이낸스의 SSE 판본)
- 지역 기업·농민 자본 공급 (그라민·트리오도스·Banco Palmas 모델)
- 임팩트 투자 (사회적 가치 + 재무 수익)
3단계 — 공제·상호부조의 회복
- 보험을 다시 공제로 — 보장 자본을 자기들끼리
- 사회연대공제, 재해 상호부조
4단계 — 사회연대금융 인프라
- 협동조합 은행, 신협 운동의 회복
- 사회적 자본 시장 (사회적 가치 채권·임팩트 펀드)
지역화폐는 1단계의 시작점이다.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사회연대금융으로 가는 첫 걸음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5. 도메인 AI = 세 영역의 연결 매개
여기서 도메인 AI 운동의 정치경제학적 위치가 다시 선명해진다.
도메인 AI는 세 영역을 연결하는 디지털 인프라가 된다.
- 먹거리 영역 — 매장의 발주·재고·생산자 매칭, 조합원 응대, 일상 거래 데이터의 양육
- 에너지 영역 — 매장·마을 에너지 절감 분석, 자체 생산량 모니터링, 효율 추천
- 금융 영역 — 로컬페이 거래 흐름 분석, 신용 평가, 임팩트 측정, 사회연대금융의 의사결정 지원
빅테크 모델은 이 세 영역의 통합을 해줄 수 없다. 우리 데이터·우리 맥락이 없으니까. 도메인 AI만이 SSE의 세 영역을 한 운동으로 묶을 수 있다.
매장은 먹거리·로컬페이·에너지 절감·환경(탄소중립)을 통합하는 4축 허브가 되고, 그 위에서 도메인 AI가 흐름을 이해하고 추천하고 양육된다. 사수·병행·탈환의 세 영역이 한 운동의 사슬로 묶이는 자리.
6. 운동의 시간 — 사수→확장→탈환
이 전략은 시간 축으로 보면 명확해진다.
- 지금 (~3년) — 먹거리 영역 사수, 도메인 AI 양육 시작, 로컬페이 결제 단계
- 다음 (3~7년) — 생활재 확장, 에너지 절감·생산 병행, 사회연대금융 1·2단계
- 그 다음 (7~15년) — 산업생태계 회복, 공제·상호부조 회복, 한국 SSE의 새 자리
이 시간표는 27년 운동의 다음 챕터다. 모든 걸 한꺼번에 할 수 없다. 사수 위에 확장이 가능하고, 확장 위에 탈환이 가능하다. 이 순서를 거꾸로 가면 무너진다.
도메인 AI는 이 시간표 전체를 떠받치는 디지털 척추다. 사수의 데이터로 양육되고, 확장의 거점에서 작동하며, 탈환의 도구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도메인 AI에 들어가야 한다 — 먹거리를 사수하면서 동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