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 1부에서 2부로, 자기 자리에서 자라나기」

1. 외부의 진단에서 자기의 호명으로

1부는 외부의 자리에서 21세기를 짚었다. 슈마허·일리치·간디·아렌트·모리스·벌린·고르 — 모두 우리가 자기 자리를 짓는 데 빌린 사상사의 자리들이다. 폴라니의 4번째 허구상품 명명도 우리가 폴라니의 사상을 21세기에 완성한다는 자리에서 외부 사상사를 받은 자리다.

빌린 자리에서 자기 자리로 옮겨 갈 시점이다. 외부 사상가들의 진단이 정초의 토양이라면, 자기 자리의 호명은 그 토양 위에서 자라나는 운동의 결이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연대경제 운동의 자리 위에서 자라났다. 그 운동의 자기 호명이 두 자리에 박혀 있다. 13년 전의 자리 하나, 이번 봄의 자리 하나. 이 둘이 만나 2부의 자기 위치가 자라난다.

2. 13년 전 자기 자리 — 다른 세상은 다른 경제로부터

2013년 3월, 진보신당 내 협동조합 활동가 11인이 다른경제포럼 이름으로 짧은 팜플릿을 짓는다. 표제는 「다른세상 다른경제 — 지역사회운동의 새로운 미래를 위하여」. 발간의 자리에 박힌 한 단어가 있다 — 외로움.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협동조합 운동을 하던 사람들에게 외로움이라니! 그것은 지역주민이란 이름의 협동조합 조합원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의 필요와 염원 말고 우리에게는 또 다른 필요와 염원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으로부터 외로웠고 협동조합 현장으로부터 외로웠던 자리. 새도 아니고 쥐도 아니다. 이 외로움이 결집의 토양이었다. 김성훈(대표) · 조세훈(간사) · 강수환 · 김기수 · 김신양 · 목영대 · 선창규 · 안병일 · 이명희 · 이재기 · 주종섭 — 11인의 동지가 그 자리에 모였다.

팜플릿이 박은 모토는 짧고 단단하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 다른 세상은 다른 경제로부터.

2001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출범한 세계사회포럼_World_Social_Forum(World Social Forum)의 슬로건 Another World Is Possible다른 경제의 자리가 더해진 한국 SSE의 자기 응결이다. 이 한 줄이 사회연대경제의 핵심 모토로 박힌다. 시장이 아닌 자리, 국가가 아닌 자리, 그 셋째의 자리에서 다른 세상이 자라난다는 호명이다.

팜플릿이 박은 척추 셋도 그대로 본 책의 정초자다.

  • 다른사람 — 참나 : 내 안의 자본주의를 넘어
  • 다른경제 — 자립 : 다른노동에서 시작하는 살림살이
  • 다른정치 — 자치 : 다른경제에 토대를 둔 이중권력 형성

이 셋은 본 책 4부의 세 영역 호명과 짝을 이룬다. 본 책이 새로 짓는 자리는 데이터주권연대지능의 자리이지만, 그 자리는 13년 전 다른사람·다른경제·다른정치의 토양 위에서 자라난다.

이 팜플릿의 자리에는 본 책의 사상 자원들이 이미 다 살아 있다. 가라타니 고진의 대항의 대안세포, 김신양의 한국 사회적경제의 곤경 진단, 레이들로 보고서의 협동조합 4가지 미래방향, 파울로 프레이리의 민중교육철학, S.D. 알린스키의 주민조직방법론, 폴라니의 호혜시장, 만남포럼의 공유(共有)/공유(公有) 결, 진보신당 강령의 나는 너와 만나 우리가 될 때만 내가 될 수도 있다.

13년이 지났다. 그 사이 한국 사회연대경제는 협동조합기본법(2012) 이후 1만여 조직으로 자라났고, 동시에 제도와 시장 사이에서 그네 타기의 곤경이 더 깊어졌다. 김기수는 전국로컬푸드협동조합네트워크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김성훈은 품앗이생협 이사장으로 14기 흑자를 짓는 자리에 머물렀다. 11인의 동지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운동을 자라나게 했다.

그리고 2026년 봄, 그 자기 자리에서 다음 호명이 자라난다.

3. 이번 봄 자기 자리 — 자본 없는 자들의 다음 전선, 데이터주권

2026년 4월 9일, 김성훈은 「대전포럼」 제96호 정담 원고를 박는다. 표제는 「사회연대경제는 새로운 전환점에 있다 — 자본 없는 자들의 다음 전선, 데이터주권」.

13년 전 팜플릿이 외로움에서 결집의 자리였다면, 이 정담은 한국 SSE 운동에서 다음 전선의 자리다. 그 자리에서 한 단을 더 옮겨 박는다.

사회연대경제는 자본 없는 자들이 자본주의를 살아내기 위한 생존의 사상이자 도구였다. 산업혁명 과정에서 공동체로부터 뿌리뽑힌 사람들이 자기 노동력을 제공한 댓가로 임금을 받아야 살아가는 이른바 임금노동자의 시대로부터 출발한다. 임금노동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만든 것이 결사체(Association)였다. 공제조합·노동조합·협동조합이 그 계보의 이름이다.

결사체(Association)의 계보 — 이 자리가 본 책 1부 진단과 직결된다. 산업혁명의 본원적 축적이 농민을 토지에서 떼어내어 프롤레타리아로 만든 자리에 결사체가 자라났듯, 21세기 자본의 새 본원적 축적이 시민을 인지·관계·기억의 흔적에서 떼어내어 지능 무산자로 만드는 자리에 다음 결사체가 자라나야 한다.

정담이 박은 척추는 주권의 정거장이다.

그간 실천해온 지역민의 화폐주권, 식량주권, 의료·건강주권의 시대에서 이제 데이터주권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자본 없는 자들의 다음 전선이다.

정거장자리시기
화폐주권한밭레츠·지역화폐·로컬페이1999~
의료·건강주권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2000년대
식량주권품앗이생협·로컬푸드2010년대
데이터주권품아이·도메인 특화 AI·매장 4축 허브2026~

폴라니가 박은 토지·노동·화폐의 셋에 본 책이 데이터를 넷째 허구상품으로 박았듯, 한국 SSE의 27년 자기 운동이 화폐·의료·식량의 셋에 데이터주권을 넷째 정거장으로 박는다. 외부의 사상사적 명명과 자기의 운동사적 명명이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긴박감의 자리도 정담이 직접 박는다.

AI의 도래와 함께 임금노동의 시대가 종언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와 규모의 진짜 혁명의 시대를 경과하고 있다. 사회연대경제가 자본 없는 임금노동자들의 결사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그 토대 자체가 흔들리는 지금을 다시 물어야 한다.

이 한 자리가 1부의 외부 사상사 진단을 자기 운동의 지금 자리로 끌어 박는다. 진짜 혁명의 시대라는 호명이 1부의 새로운 본원적 축적 진단과 짝을 이룬다.

이 정담이 13년 전 팜플릿의 자리를 받아 자기 자리를 한 단 더 옮긴 결은 이렇게 짚을 수 있다.

2013 팜플릿2026 정담
다른사람 — 내 안의 자본주의를 넘어부끄럽지만, 품아이를 이야기하자 (자기 직시)
다른경제 — 자립, 다른노동에서자본 없는 자들의 다음 전선, 데이터주권
다른정치 — 이중권력 형성대전, 로컬의 반격! 동지를 환영한다
가라타니 — 대항의 대안세포가라타니 — 시장경제의 대항암 (직접 인용)
호혜시장(사회적시장)호혜의 기반 위에 인류가 살아왔다

같은 척추, 한 단 더 옮긴 자리. 다른노동지능 노동을 마주하고, 호혜시장데이터 공유지를 짓고, 이중권력4축 매장 허브를 세운다.

4. 두 자기 자리의 만남 — 2부의 토양

13년 전 팜플릿과 이번 봄 정담은 본 책의 운동 정초자 둘이다. 외부 사상가가 아닌, 한국 SSE 운동 자리의 두 자기 호명. 본 책은 이 두 자리가 13년에 걸쳐 자라난 결의 응결이다.

  • 외로움 → 결집의 자리(2013)가 본 책 「서」의 유령 호명과 짝.
  • 한국 SSE 운동 → 다음 전선의 자리(2026)가 본 책 2부의 자기 위치와 짝.

2부는 이 두 자기 자리가 만나는 자리에서 시작한다. 1부의 진단을 받아 우리는 누구이고 무엇을 짓는가를 답하는 자리. 그 답은 외부에서 빌린 답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자라난 답이어야 한다.

이 다리 단의 결미는 따라서 짧다.

빌린 자리에서 자기 자리로.
외부의 진단에서 자기의 호명으로.
사상사의 토양에서 운동의 결로.
1부에서 2부로.

호혜는 발명이 아니다. 호혜는 한국 농촌의 두레와 향약과 품앗이의 자리에 이미 있었다. 다른경제도 발명이 아니다. 다른경제는 13년 전 11인의 외로움이 결집한 자리에 이미 있었다. 데이터주권도 발명이 아니다. 데이터주권은 한국 SSE 운동의 화폐·의료·식량 정거장 옆에 이미 자라나고 있었다.

이 책이 짓는 것은 이미 자라나고 있는 자리의 호명이다. 호명이 곧 운동이다. 그 호명의 다음 자리가 2부에서 시작한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 다른 세상은 다른 경제로부터. — 다른경제포럼, 「다른세상 다른경제」(2013)

자본 없는 자들의 다음 전선은 데이터주권이다. — 김성훈, 「사회연대경제는 새로운 전환점에 있다」(대전포럼 2026.4)

이제 2부의 자리를 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