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생협

본 운동에서의 자리

품앗이생협은 본 운동의 피와 살이다. 추상적 운동의 선언이 구체적 일상의 자리에서 살아 숨쉬는 곳이 바로 대전 지족·관저 매장이다. 4부 동지 절에서 “품앗이생협(대전 지족·관저 매장) — 이 컨소시엄이 본 운동의 산업적 토양이다”라 명시된다.

이름 자체가 운동의 선언이다. 품앗이 — 노동을 주고받는 한국 전통의 호혜. 폴라니가 시장교환·재분배·호혜 셋을 짚으며 호혜가 가장 오래된 통합 양식이라 했을 때, 마르셀 모스가 증여론에서 인류의 보편적 상호성을 짚었을 때 — 그 자리가 한국에서는 품앗이라는 이름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이 이름으로 생협을 세운 것은 우연이 아니라 27년 운동의 의식적 자리 선택이다.

짧은 역사·구조

품앗이생협은 대전 지족동과 관저동을 기반으로 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다. 이사장은 김성훈. 1999년 한밭레츠(지역화폐) 운동에서 자라난 공동체 에너지가 생협 설립으로 이어졌으며, 2026년 현재 14기 연속 흑자(소액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운영 데이터(SSOT 정본 기준):

  • 활성 조합원: 4,864명 (명부 실조합원 17,921명 중 2025년 1회 이상 구매)
  • 매출액: 20.34억 원 (2025년 결산)
  • 활성 거래처: 246곳 (그 중 사회적경제조직 63곳 = 매출의 23.14%)
  • 매장 40km 이내 로컬기업 69곳 = 매출의 53.8%(5.00억)
  • 65세 이상 고령농 납품: 39곳 (곳당 평균 442만원 판로 보장)
  • 출자 농가: 70곳 (1인 1구좌 100만원)
  • 자본총계: 3.28억 (2025년 결산, 전년 대비 41.9% 회복)

이 수치들은 단순한 경영 지표가 아니다. 고령농 39곳에 곳당 442만원의 판로를 보장한다는 것은 도시 자본에 팔려나가지 않은 땅과 노동이 39가구의 삶을 지탱한다는 뜻이다. 사회적경제조직 63곳이 매출의 23%를 차지한다는 것은 이 생협이 시장교환만이 아닌 호혜적 생태계를 짓고 있다는 뜻이다.

본 책에서 이 자리가 자라나는 결

서(書)에서 이미 품앗이가 호명된다. “마을의 두레, 향약의 상부상조, 농촌의 품앗이 — 한국 27년 협동조합 운동의 토양도 그러한 오래된 호혜의 자리에 있다.” 이 호명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품앗이생협이 본 운동의 단순한 사례가 아니라 운동의 뿌리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4부에서는 “매장의 작은 알고리즘이 한 점”이라는 리좀형 연대의 자리에서 품앗이생협의 매장이 호명된다. 중앙이 없는 리좀에서 각 매장이 자기 자리에서 자라나며 옆의 점과 횡적으로 연결되는 구조 — 이것이 품앗이생협의 2개 매장이 전국 네트워크 안에서 가지는 자리다.

21세기 AI 자리에서의 응답

품앗이생협은 이미 AI 도입의 실험 자리다. 월 30만원으로 5명분 채용 효과(50배 ROI)라는 수치가 현장에서 검증되고 있으며, 16개 자동화 도구가 운용된다. 그러나 이것은 도구 도입의 자리에 머문다. 본 운동이 짚는 더 깊은 자리는 데이터 주권이다.

품앗이생협 POS 데이터는 20년 이상 축적된 지역 먹거리 구매 패턴의 흔적이다. 246개 거래처와의 납품 관계 데이터, 4,864명 활성 조합원의 이용 이력, 계절별 농산물 수급 흐름 — 이것이 4번째 허구상품으로 빅테크에 박히기 전에 생협 자신이 양육해야 한다. 매장 4축 허브(먹거리·로컬페이·사경 생산·탄소중립)를 짓는 것은 이 데이터를 자기 AI의 원료로 삼는 자리다.

도메인 특화 AI(재고 예측, 농가 수급 연결, 탄소중립 포인트 최적화)를 품앗이생협이 자기 데이터로 양육할 때, 이 생협은 단순한 협동조합 매장에서 21세기 호혜 인프라의 노드로 자리를 옮긴다.

국제 SSE와의 시사

몬드라곤이 8만 노동자의 산업 생태계를 70년에 걸쳐 지은 자리와, 품앗이생협이 14년 연속 흑자로 지족·관저를 지킨 자리는 규모는 다르지만 결은 같다. 자기 자본으로 자기를 짓는 것, 외부 보조 없이 자기 뿌리로 서는 것.

레가코프의 CoopCycle(라이더 협동조합 플랫폼)이 우버이츠의 알고리즘 노동에 맞서 자기 플랫폼을 짓는 자리처럼, 품앗이생협은 쿠팡 로켓프레시와 마켓컬리의 알고리즘 유통에 맞서 자기 데이터·자기 관계·자기 가격을 짓는 자리다. 아직 규모는 작다. 그러나 자리의 결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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