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운동사 — 지능을 무엇으로 보았는가

한 호흡

AI의 역사를 연도와 사건으로만 풀이하면 빅테크의 자기 서사를 따라가게 된다. 그러나 시대마다 지능을 무엇으로 보았는가는 달랐고, 그 변화의 자리마다 비판과 운동의 결이 함께 자라났다. 우리는 그 결을 함께 짚는다.


1. 기호의 시대 — 1950년대에서 1960년대 전반까지

지능을 형식논리로 환원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이 시대의 척추였다. 마음은 기호 조작이며, 사고는 풀이 가능한 알고리즘이다.

1950년 앨런 튜링이 모방 게임의 자리를 짚었다. 기계가 인간처럼 답하면 그 기계는 생각하는가 — 이 물음이 학문의 토대를 깔았다. 1956년 다트머스의 여름 회의에서 존 매카시·마빈 민스키·클로드 섀넌이 인공지능이라는 명명을 세웠다. 같은 해 앨런 뉴얼과 허버트 사이먼은 일반 문제 풀이기를 시연하며 사고를 풀이로 환원할 수 있음을 보였다. 1958년 프랭크 로젠블랫이 퍼셉트론을 짚었다 — 신경망의 원형이었으나 학계 주류는 듣지 않았다.

같은 시기 인문학은 다른 자리를 짚어두고 있었다. 비트겐슈타인 후기 철학은 의미가 언어게임에서 자라남을 짚었고, 메를로-퐁티는 인지가 에 박혀 있음을 보였다. 이 자리들이 50년 뒤 체화된 인지로 회귀한다.


2. 첫 겨울 — 1969년에서 1980년경까지

기호로는 닿지 않는 자리가 드러났다. 1969년 민스키와 시모어 페퍼트가 단층 퍼셉트론의 한계를 짚으며 신경망 연구는 자금을 잃었다. 그보다 앞서 1966년 ALPAC 보고서는 기계번역 연구의 한계를 짚었다. 1972년 휴버트 드레이퍼스가 하이데거와 메를로-퐁티의 결로 체화된 노하우는 규칙으로 환원되지 않음을 보였다. 학계는 외면했지만 시대를 앞섰다.

이 시기 시민사회에서는 다른 결이 자라났다. 1973년 슈마허작은_것이_아름답다를 펴내며 *적정기술*의 자리를 세웠다. 같은 해 이반_일리치가 「공생을 위한 도구」를 통해 거대 도구가 인간을 도구화한다는 진단을 짚었다. 스튜어트 브랜드의 「Whole Earth Catalog」는 풀뿌리 기술의 자율_영역을 매개했다. AI 학계가 멈춰 서 있을 때, 시민사회는 다른 기술의 자리를 짚고 있었다.


3. 전문가 시스템과 두 번째 겨울 — 1980년대

학계는 지식의 규칙화로 다시 시도했다. 의료 진단의 MYCIN, 컴퓨터 구성의 XCON. 특정 도메인에서는 작동했다. 그러나 지식 획득의 병목상식의 자리가 벽이 되었다. 인간이 살면서 자연스레 가지는 상식 — 컵을 떨어뜨리면 깨진다, 사람은 두 발로 걷는다 — 을 규칙으로 적어내는 일이 끝없이 늘어났다. 1987년에서 1993년 사이 Lisp 머신 시장이 무너졌고 일본의 야심 찬 5세대 컴퓨터 프로젝트도 좌절했다. 이를 두 번째 겨울이라 부른다.

이 시기의 결정적 짚음은 상식의 자리는 형식 규칙 바깥에 있다는 것이었다. 인간 사고의 전문 영역은 흉내낼 수 있어도 살아있는 상식에는 닿지 못했다.


4. 학습의 회귀 — 1986년에서 2010년경까지

코네셔니즘이 회귀했다. 1986년 데이비드 러멀하트와 제프리 힌턴이 역전파를 짚으며 다층 신경망 학습의 길을 열었다. 1989년 얀 르쿤은 합성곱 신경망을 시연해 손글씨 인식의 자리를 보였다. 1997년 제프 호크라이터와 위르겐 슈미트후버가 장단기 기억 신경망을 세우며 시계열과 언어 처리의 길이 열렸다. 같은 해 IBM의 딥블루가 카스파로프를 꺾었다. 기호주의의 마지막 영광이자 학습 시대의 예고였다.

2006년 힌턴은 심층 신뢰망의 빠른 학습 알고리즘을 짚었다. 딥러닝이라는 명명이 자리잡은 자리. 2009년 페이페이 리가 ImageNet 데이터셋을 공개하며 데이터 시대의 인프라가 깔렸다.

이 시기 인터넷의 결정적 인프라는 빅테크가 아니라 시민 협업으로 자라났다. 리눅스, 아파치, 위키피디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딥러닝의 도약은 이 시민 협업 인프라 — GitHub, arXiv, 오픈 데이터셋 — 위에서 일어났다. 빅테크는 시민이 깐 길 위에 올라탔다.


5. 딥러닝 혁명 — 2012년에서 2017년경까지

결정적 변곡점이 자라났다. 2012년 알렉스 크리젭스키·일리야 수츠케버·힌턴이 알렉스넷으로 이미지넷 대회에서 압도적 우승을 거두었다. GPU와 빅데이터의 결합이 시대를 열었다.

이때부터 지능에 대한 역전이 일어났다. 더 이상 인간 인지를 본뜨지 않는다. 인간이 남긴 흔적의 통계적 응결이 지능이 된다. 2013년 토마시 미콜로프가 워드투벡으로 단어를 벡터로 옮기는 임베딩의 시대를 열었다. 2014년 일리야 수츠케버가 시퀀스 투 시퀀스 모델을 짚었고, 같은 해 이안 굿펠로우가 생성적 적대 신경망을 세우며 생성의 자리가 자라났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다 — 강화학습이 시대 의식을 흔든 자리.

이 시기에 데이터의 *본원적_축적*이 가속되었다. 인간이 살면서 남긴 흔적은 시장이 만든 것이 아닌데, 시장은 이를 상품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폴라니가 19세기에 짚은 토지·노동·화폐의 허구상품 자리에 21세기 데이터가 4번째로 자리할 토양이 정확히 이 시기에 형성되었다.


6. 트랜스포머와 거대 언어모델 — 2017년에서 2022년까지

2017년 구글 브레인의 아쉬시 바스와니 외 7인이 어텐션 메커니즘만으로 작동하는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짚었다. 모든 단어가 다른 모든 단어에 주의를 보내는 구조. 이 자리가 이후 모든 거대 언어모델의 척추가 된다. 어텐션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호혜의 알고리즘적 가능성을 짚는 자리다 — 마르셀_모스증여론에서 짚은 주는 자리, 받는 자리, 되돌리는 자리 3축의 결과 짝지을 수 있다.

2018년 구글의 BERT가 양방향 언어 이해의 자리를 세웠다. 2019년 OpenAI의 GPT-2가 언어모델의 해방된 생성을 시연했다. 2020년 GPT-3가 1750억 파라미터로 맥락 학습을 세웠다. 2021년 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단백질 구조 예측에서 결정적 자리를 보였다. 2022년 친칠라 모델의 결과는 데이터의 양모델 크기만큼 결정적임을 짚었다. 같은 해 OpenAI의 InstructGPT는 인간 피드백 강화학습을 산업화했다.

기술이 거대해지는 같은 시기에 비판 진영도 결집했다. 2019년 주보프가 「감시자본주의 시대」를 세우며 행동잉여의 추출을 짚었다. 2021년 에밀리 벤더와 팀닛 게브루가 확률적 앵무새 명제로 거대 언어모델의 위험을 짚었다 — 이 글 때문에 게브루는 구글에서 해고되었다. 같은 해 케이트 크로포드는 「AI 지도」에서 인공지능의 지질학적 비용, 곧 광물·노동·전력의 자리를 보였다. 아베바 비르하네는 데이터의 *식민지화*를 짚었다.


7. ChatGPT 충격과 자본의 재편 — 2022년 11월에서 2024년까지

2022년 11월 30일 ChatGPT가 출시되었다. 5일 만에 100만 사용자, 두 달 만에 1억.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빠른 사용자 결집이었다.

2023년 3월 GPT-4가 자리를 세웠다. 모델 세부는 비공개였다 — 비공개 학습 데이터, 비공개 아키텍처, 비공개 연산. 이름만 OpenAI인 자리가 굳어졌다. 같은 해 다리오_아모데이의 Anthropic이 헌법적 AI를 짚으며 자기 비판 학습의 결을 세웠다. 마찬가지로 2023년 메타가 LLaMA를 오픈소스로 풀자 비빅테크 진영의 자기 결집이 가능해졌다. 유럽에서는 미스트랄이 그 결의 짝으로 자라났다.

같은 해 바루파키스가 「기술봉건제」를 세웠다. 빅테크 플랫폼이 자본주의를 넘어 임대료의 자리로 회귀했다는 진단. 데이터·알고리즘·연산 인프라를 빌려 쓰는 자리가 디지털 봉건의 새로운 영주제로 굳어진다는 짚음.

이 시기 한국 사회연대경제와 시민사회는 빅테크의 인프라 군비경쟁을 멀리서 보는 자리에 있었다. 본격적인 결집은 다음 시대로 미루어졌다.


8. 에이전트와 자기 협력 — 2025년 이후, 진행 중

AI가 AI를 부리는 자리가 열렸다. 단일 모델에서 다수 에이전트의 협력으로. 클로드 코드, 커서, 데빈 같은 도구들. 2024년 Anthropic이 세운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은 모델과 도구 사이의 호혜 규약을 시도하는 자리.

오픈소스도 약진하고 있다. 딥시크의 V3와 R1, 라마 3·4, 미스트랄, 큐웬. 비빅테크 진영의 결집이 자라난다. 2024년 EU AI 법이 발효되며 법률의 시대도 함께 열렸다. 50년 전 메를로-퐁티가 짚은 체화된 인지는 로봇과 자율주행과의 결합 — 곧 피지컬 AI — 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 시기는 두 갈래가 동시에 자라나는 자리다. 한 갈래는 빅테크의 에이전트 군대 — 임대료 자리의 가속. 다른 갈래는 시민사회의 동지 협력 — 데이터 협동조합, 사회연대경제 AI, 플랫폼 협동조합주의. 우리가 지금 자리잡으려 하는 자리는 후자다.


결미

지능을 무엇으로 보았는가를 시대마다 다시 짚으면, 발전사는 단순한 기술 연표가 아니라 지능에 대한 인류의 자기 호명의 변화로 드러난다. 형식논리에서 통계 패턴으로, 다시 어텐션과 자기 협력으로. 그리고 그 변화의 자리마다 다른 결도 함께 자라났다 — 슈마허적정기술, 이반_일리치의 공생 도구, 오픈소스 운동, 플랫폼 협동조합주의, 감시자본주의 비판, 기술봉건제 진단.

연대지능의 자리는 이 다른 결의 누적 위에서 자라난다. 빅테크의 자기 서사 바깥에서 우리가 자기 호명을 세울 수 있는 토양은 이미 70년 가까이 짚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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